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 국립 미술원, 입학 시험에 대한 작은 팁. 






현재 나는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 국립 미술원 ( 공식명칭 Ac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 di milano ) 에서 decorazione ( 장식미술 ) 을 전공하고 있는 재학생이다.


사실 우리학교는 한국인 학생들이 많이 없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decorazione 는 거의 현재로서는 전 학년 통틀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혹시나, 장식 미술전공에서 대체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수업을 듣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하여 생각보다 웹 상에 정보가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학교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나는 2015년에 입학시험을 쳤는데, 우리 학교 입학시험은 사실 그렇게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총 4일동안 치뤄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이들 걱정하시고 여기저기 정보를 많이 찾아보실 것 같은데 나도 처음에 입학하기 전 워낙 시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여기저기 재학생 분들께 물어보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타 전공 입학시험은 어떻게 치뤄지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내 기억을 최대한 살려서 브레라 장식미술과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입학시험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1일차.



1일차는 필기 시험이다.


필기시험은 보통 100문항으로 출제가 되는데 보통 일반상식, 미술사, 문학, 이탈리아 관련 상식 등등 여러분야에 걸쳐서 문제가 출제가 된다. 내가 시험칠 때 주어지는 시간은 3시간이었고, 그 당시에 cultura generale 라는 알파테스트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참고로 해서 공부를 했다. 그러나 책의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여 나는 전부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미술사 부분만 집중적으로 파서 미술사 분야만이라도 틀리지 않겠다는 목표로 전부 암기했다. 그리고 시험 당일에 다행히 실제로 미술사 관련 문제가 많이 나왔다. 그 외에도 정말 기본적인 문제들이 나왔는데 ( 기억나는 문제 중 하나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어느 도시에 위치해 있는가 이런 문제도 있었다. ) 정말 말 그대로 일반 상식이 있다면 풀 수 있는 문제들도 꽤 많았다. 워낙 분야도 광범위하고, 책도 공부해야 할 내용이 엄청 많기 때문에 먼저 나의 공부방법이 절대 옳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짚고 넘어가고 싶다.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입학시험을 치렀고, 현재 시험은 또 어떻게 다르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공부를 하셔야 한다고 딱 잘라서 설명을 드릴 수가 없다. 그 대신 나는 내가 공부한 것 만큼은 정확하게 정답을 맞추겠다는 목표로 시험을 쳐서 그런지, 결과적으로 면접당시 딱히 필기시험의 점수에 대한 지적은 받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다. 필기시험 점수는 면접 때, 교수들만 볼 수 있고 나는 점수를 알 수가 없다. ( 참고로 말씀드리고 싶은것 중 하나는 내 친구는 교수들끼리 낮은 필기 점수에 대해서 서로 상의를 했다고 한다. 친구는 워낙 이태리어를 잘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무사히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시험 합격당락 여부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필기시험도 100프로 아예 안보는것은 아닌듯하다. )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은, 결국에는 필기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편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현재로서는 cultura generale 라는 책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시험문제 및 정답이 이 책에 나오는 내용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2일차.



2일차는 누드 모델을 그리는 실기시험이었다.


보통 여자 모델 한명, 남자 모델 한명이 번갈아가면서 나왔고,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딱히 제한은 없었던 것 같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모델을 그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으며, 무조건 실물을 보고 그려야만 했다. 

자리를 잘 잡는것도 꽤 중요한데, 나는 하필 뒷모습만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시험시간 내내 뒷모습만 계속 그렸던 기억이 난다.


이튿날은 그렇게 누드 모델을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3일차.



3일차는 자유 그림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장식 미술과라서 그런지 약간의 제한이 있는 자유 그림이었는데 공간적인 느낌을 나타내는 건축물 및 장식이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수채화를 사용하여 그 전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던 프라하 까를교의 기둥장식, 그리고 성의 실루엣까지. 그림 안에서 최대한 원근감을 살리고 기둥 장식은 정교하게 그리려고 노력했는데 면접 당시에 교수님들의 반응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실기 시간으로 약 9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었는데, 대부분 수험생들이 여유있게 중간에 점심도 먹으러 다녀오고, 시험장 밖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야기도 나누는 등등 대체적으로 제재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실기 시험이 진행되었다. 끝난 후에는 나눠주는 종이로 작품을 감싸서, 이름을 쓴 후 감독관에게 제출했다.







4일차. 



나는 시험중에서 이 4일차 면접이 가장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전공은 실기가 뛰어나면 면접을 패스하고 바로 통과하여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전공은 시험치는 인원도 타 전공에 비해서 현저히 작은 편이고, 재학중인 학생의 인원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 그런지 응시를 한 학생 전체가 면접을 필수로 봐야했다. 그 때 당시에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은 내 기억으로는 약 120명 정도였고 나는 성이 c 로 시작해서 거의 초반에 면접을 봤다. 면접 때 들어가자 내 작품과 함께 4명의 교수가 책상 앞에 앉아있었고 내가 그 앞에 앉아서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다. 그냥 내가 예상했던 질문대로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의외의 질문이 나와서 잠깐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던져진 질문은 대략 이랬었다.



' 왜 우리 학교를 지원했고, 장식 미술 전공을 택했는가? '


' 네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설명해보아라. '


' 이탈리아어 공부는 얼마나 했나? '


'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중에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는가, 그리고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 '


크게 이정도가 대표적인 질문이었는데, 위의 세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게 대답을 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에 갑자기 면접이 끝나는가 싶더니 한 교수가 나한테 마지막 질문을 해와서 순간 살짝 당황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나는 운이 좋게도 평소에 ' 루치오 폰타나 ' 라는 이탈리아 작가를 좋아했었고, 그 작가의 대표작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내가 아는 선상에서 루치오 폰타나의 인상깊었던 작품에 대해서 대답을 하자 아주 만족스러워 하시며 그 이후 별 다른 질문없이 면접은 끝났다.


보통 합격 결과는 면접 다음날 시험을 치뤘던 교실 문 앞에 종이로 붙여준다.

이렇게 총 4일간의 입학시험은 마무리하게 된다.


다들 대체적으로 브레라 국립미술원이 입학의 문턱이 낮은 편이라고 하는데, 나도 이 말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나도 시험을 칠 때 당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입학 시험의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내가 시험을 칠 때 당시에, 응시 인원의 절반 이상이 합격을 하지 못했다.

입학 정원 제한이 없는 우리 학교는 교수들의 재량에 따라서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아마 면접에서 많은 학생들이 불합격 판정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 전공은 특히 중국인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전공 중 하나인데 면접을 준비하지 않고 실기에 엄청나게 집중을 해서 준비해 온 듯 한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작품은 뛰어난데 말을 하지 못하면 결국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만약 준비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나는 작품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품보다도 면접준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으면 한다. 


교수들은 실기 실력보다도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원활하게 잘 되는지를 훨씬 더 중요하게 보는것 같다는 것이 내가 입학 시험을 치르면서 가장 크게 느낀점이다.




입학시험도 중요하지만, 사실 학교 입학 후에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어느정도 갖춰져야 원활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물론 지금까지도 이태리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아무리 작품성으로 보완을 하려고 해도 교수와의 언어 소통이 안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요새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입학을 준비하는 분들은 적어도 기본적인 일상회화정도는 할 수 있을정도로 준비를 하고 오신다면 학교 생활에 아주 큰 도움이 되실거라고 생각한다. 




  1. 손유린 2018.02.28 05:49 신고

    올리시는 글들 매번 잘 읽고 있어요. 계속 읽으니까 궁금한 점도 계속 생기네요. 유학 가신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만만찮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 이유가 자못 궁금하네요. 부담스러우시면 그냥 넘기셔도 됩니다!

    • erika_soo 2018.02.28 22:16 신고

      안녕하세요:) 제 블로그 찾아주시고 글도 꾸준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학오게 된계기는 댓글로 답변드리기엔 길다보니 ㅠㅠ 곧 따로 글로 쓸 계획이있어요:)

  2. 손유린 2018.02.28 22:34 신고

    기대할게요. ㅎㅎㅎㅎㅎ

  3. 2018.09.05 14:40

    비밀댓글입니다

+ Recent posts